나와 남 사이


나와 남 사이
김병식(동국대 교수)
같은 물질인 물 한 컵에 또 물 한 컵을 부으면
정확히 물 두 컵이 된다.
그러나 물 한 컵에 술의 원료인 알콜을 한 컵 더하면
두 컵이 채 되지 않고 3% 정도 모자라게 된다.
액체에 따라서는 부피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.
그 이유는 물분자가 강한 알콜 분자와 섞이면서
알콜 분자로부터 영향을 받아,
밀고 당기는 물분자 고유의 힘이 변화되기 때문이다.
화공학적으로 표현하면,
자기가 강해서 다른 분자의 변화를 많이 일으키는 분자를
´활동도´가 크다고 한다.
반면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분자들의 관계는
서로 ´이상적 관계´에 있다고 한다.
두 액체를 섞어 부피가 변하면
그 차이를 계산해 내야하니
´이상적´ 관계에 있는 두 분자가 쓰임에 좋다.
그렇지만 말 그대로 이상적이어서
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섞이는 물질은 세상에 없다.
생소한 혼합 분자들의 얘기를 들추는 데에는
내 나름대로 까닭이 있는데,
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
생소한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늘면서
은근히 스트레스가 많아졌기 때문이다.
나이가 들어, 익숙하지 못한 새 사람과
일 등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은
왠지 부담스럽고 때론 걱정스러울 때도 많다.
특히 만나야 할 사람이 손 윗 사람 이거나
지위가 높고 나보다 역량이 커 똑똑해 보인다 싶으면
더욱 위축되고 긴장이 된다.
지난번에는 학회 일로 외국인 교수를
공항부터 안내하여 3일 동안 접대한 적이 있다.
같이 지내는 동안 그의 거침없는 행동,
능숙한 영어, 훤칠한 키 등으로
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.
세계가 하나 되어 가는 이 시대에는,
다른 분야의 전문가나,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등과도
함께 일을 하며 연관을 맺어야 하는 것은
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.
아니 연관을 넘어서 서로 섞여서
혼합돼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.
이왕 다른 사람과 혼합되려면
활동도가 센 분자처럼 자기가 강해서
남을 변화시키든지 아니면 변화 당하든지 하여,
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.
하지만 나는 남에게 영향받지도 않고
또 영향을 주지도 않으며,
서로 변하지 않고 섞이는
이상적인 관계를 자꾸 지향하게 되니,
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는 듯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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