낮추고 비울때


낮추고비울때
낮추고 비울 때
행복은 아름답게 번져간다
좁다란 골목길에서
차가 마주쳤습니다.
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
한동안 후진을 하다가
마주보며 웃었습니다
정원 초과로 승강기가
몇 차례 그냥 통과합니다
겨우 한 두 사람 태울 정도로
승강기가 다시 올라왔습니다
앞줄에 서있던 두 사람이 서로
양보하려다 그만 또 놓치고 말았습니다.
그러나 뒤에 기다리는 사람
모두 가슴이 흐뭇해졌습니다
길거리 좌판에 광주리를 든
할머니와 젊은 새댁이
실랑이를 합니다
˝덤으로 주는 거니까
이거 더 가져가슈.˝
˝할머니 괜찮아요.
제가 조금 덜 먹으면 되니까 놔두고 파세요.˝
지나가던 행인들의
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집니다
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건
꽃을 받쳐주고 있는
푸른 잎이 있기 때문이지요
밤하늘 별이 더 아름답게
빛날 수 있는 건
하늘이 어둠을 마다하지 않고 까맣게
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
행복은 이처럼
비우고 낮아질 때 가까이 다가오며
고요하고 아름답게 번져가지요.
- 좋은 글 중에서 -